시작은 이랬다.
어느 날 갑자기 민재가 나를 급히 불렀다.
"이야!!! 진짜네!! 진짜 멋지게 만들었네!!"
민재만큼 나도 흥분했다.
잃어버릴만큼 잃어버려서 이젠 뭐 하나 만들기도 어려운 열악한 블럭을 가지고
혼자서 뚝딱뚝딱 머릿속에 있는 형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.
"아빠~ 아빠~ 보세요! 이건 스테고사우르스예요!!"
민재가 흥분했다.
아니! 이건 또 뭔가!
진짜로 떡하니 스테고사우르스가 눈앞에 있다
울컥..감동을 받았다
우리 민재가 이 정도일 줄이야....
그렇게 나는 이 천재적인 블럭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
"민재야...형아들이 하는 멋진 레고 아빠가 사주께, 마트가자!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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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 천재 블럭커는 좀 눈이 높았나보다... 많고 많은 레고 제품 중에
엄청난 고가의 (내 기준에는 정말 고가였다.. 내 한 달 용돈과 맞먹는...) '레고 시티' 화물수송기 시리즈를 구매했다.
11만원이 넘는 고가다 ㅠ.ㅠ
(비행기, 급유차, 화물차, 정비차, 관제탑 이렇게 세트라 구성이 좋긴하다)
사준다고 데려가놓고는 스무 번은 물어본 것 같다
"민재야... 이거 니가 만들기엔 좀 과하지 않나? 에이 화물수송기는 별로다 안 멋진데..."
워낙 고집이 센 놈이니까, 결국 사들고 왔다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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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찌됐든, 조립 한 번 들어가보자! 민재 화이팅 :) 을 외쳤는데,
축농증 때문에 코를 훌쩍거리며 두 시간을 내리 쉬지 않고 만들어버렸다
6~12세까지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는 하나,
이제 갓 6세가 된 민재에겐 제법 큰 산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명서를 보면서 척척 해낸다 :)
이런 레고의 장점은 굉장히 정교하게 구성이 되어 있어서
이렇게 비행기를 한 번 조립해보면 비행기의 구성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거다
엔진도 되게 실감났음
아직 왼손 엄지손가락이 방아쇠 수지증으로 불편한데도 조립을 잘해서 대견했음.
이제 슬슬 수술을 해줘야 할 시기가 오는 것 같다. 저절로 좋아지길 바랬는데 안되네...
민재가 만드는 동안 옆에서 주절주절 엔진의 역할이나, 꼬리 날개는 왜 있는지 등등 설명을 해줬더니
만들면서도 신나하고, 이 후 비행기 그림을 그릴 때도 기체의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 그리는 섬세함을 보였다
확실히 비행기라는 물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듯 하다!
민재가 가장 즐거워하며 만들었던 동체부분
날개와 더불어 뭔가 제일 비행기스러웠음, 그래서 좋아한 듯. 단순한 놈 ㅋㅋㅋ
거의 다 완성하고, 꼼꼼하게 하부를 살피는 민재
의외로 꼼꼼한 구석이 있다
스티커까지 다 붙이고, 완성!
장장 두 시간동안의 작업이었지만 재미있었는지 힘든 기색없이 뚝딱뚝딱 잘 만들었다
희동이는 손도 못대게 하는게 좀 그렇지만
희동이 손에 들어가면 아마 비행기 반토막이 나버릴게 뻔하니까 그건 아빠도 반대다 ㅋㅋㅋ
수고했으!!